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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3장

비원(榧園) 2009. 7. 21. 10:20

 

  제 3 장  출처:감동홈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어린 왕자는 내게 많은 것을 물어보면서도 내 질문에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가 우연히 한 말들이 차츰차츰 모든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가령, 내 비행기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내 비행기는 그리지 않으련다. 그것은 너무도 복잡한 그림이니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이 물건은 도대체 뭐야?」
「그건 물건이 아니야. 그건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지, 내 비행기야.」

내가 날아다닌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면서 나는 자랑스러워졌다. 그랬더니 그는 소리쳤다.

  「뭐! 아저씨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구?」
  「그래.」나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야! 그거 참 재미있다......」

그리고는 어린 왕자는 유쾌하게 까르르 웃어대었으므로 나는 기분이 몹시 언짢아졌다. 내 불행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지 않는 것이 나는 싫기 때문이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잖아! 어느 별에서 왔어?」

나는 문득 그의 존재의 신비로움을 이해하는 데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걸 깨닫고 갑자기 물었다.

  「그럼 넌 다른 별에서 왔니?」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내 비행기를 바라보며 신중한 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걸 타고서는 멀리 오지는 못했겠군......」

그리고는 한참 동안 깊이 생각에 잠기더니 포켓에서 내가 그려준 양의 그림을 꺼내서는 그 보물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다른 별들」이라는, 그가 슬쩍 내비친 비밀에 내가 얼마나 호기심으로 몸이 달았겠는가를 여러분은 짐작하리라.

  「얘, 너는 어디서 왔지? <네 집>이란 어디를 두고 하는 말이니? 네 양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니?」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아저씨가 준 상자가 밤에는 집이 될 테니까 잘됐어.」
  「그렇고말고, 그리고 네가 착하게만 하면, 밤에 양을 매 놓을 수 있는 고삐를 줄께. 말뚝도 주고.」

   그 제안은 어린 왕자를 몹시 놀라게 한 듯했다.

  「매 놓다니! 참 이상한 생각이네......」
  「하지만 매 놓지 않으면 아무 데나 가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텐데......」

   그러자 내 친구는 다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가긴 어디로 가?」
  「어디든지 곧장 앞으로......」

   그랬더니 어린 왕자는 진지한 빛으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으니까!」

   그리고는 조금 서글픈 기분이 들었는지 다시 덧붙였다.

  「앞으로 곧장 가도 멀리 갈 수가 없는 걸.」

출처 : 목련꽃이 질 때
글쓴이 : 어린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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