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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세월과 그리고 나 / 이 정규

비원(榧園) 2014. 6. 28. 20:27

 

인생의 세월과 그리고 나

                      이 정규


운무 덮은 깊은 산중에
홀연지기 외딴 집
지붕은 누가 걷어 갔는지
별이 떨어지고
거미들이 객을 맞는구나

중년의 나이 되고 보니
허의 벌판에
홀로 선 공허한 마음
부평초와 같은 것이라고 하기엔
슬픈 마음이라

낙수에 움푹 패인 담장 밑이
인생의 주름살처럼
우리의 아픔도
덧없는 세월의 흔적이었구료

썩은 문설주에 피어난
이끼와 버섯들
기나긴 풍우속에
임자없는 집을 지키고 있으니

꿈 같은 날들이여
그립고 그리워서 목이 메이네

인생의 세월과 그리고 나
쉬어 가는 발길에
풀벌레 소리 처량하고
싸늘한 바람만이 등을 밀어낸다 .

 

 

 먼 기다림 

                     이정규


소리 내어 흐르는 물소리가
슬프다 하니
유수 같은 세월의 아쉬움은
가슴앓이로 부풀고

푸른 창공에 맴도는 바람처럼
기약도 없는 바램 이었나
고단한 날개짓의 끝자락은
오늘도
쉼없이 풍차처럼 돌아가는데

인생의 꽃
세월의 포장속에 접어야 하는지
먼 기다림은
오늘도 슬픈 애정의 칼날에
덩실 춤을 춘다

터벅 터벅 걷는 길에
바람이 시원한 친구가 되어 주고
활짝 핀 꽃 들의 미소가
잠시
망각으로 쉬었다가 가라 하네 .